정규프로그램

CCMS-플랫폼

중앙대학교 영화미디어학센터 제 2회 플랫폼 행사

디지털의 몸과 잔여물 : 보는 방법에 관한 질문

소개

디지털 미디어의 압도적인 시각성은 종종 그것을 지탱하는 물질과 노동의 회로를 비가시화한다. 수명을 다한 LCD 모니터와 PCB 기판은 어디로 갈까? 실리콘 웨이퍼를 화학약품에 담그던 노동자는 무엇을 들이마셨을까? 반도체공장의 노후한 생산라인이 자동화공정으로 교체되거나 사라질 때 그곳에 잔존하던 기억과 통증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영상의 표준으로써 디지털 이미징과 하드웨어를 언급하기도 새삼스러운 오늘날, 이러한 질문들은 시청각적 작업의 동시대적 조건을 다시 묻는 것이기도 하다. <머신 돈 다이 Machines Don’t Die>(2022)와 <무색무취 Colorless, Odorless>(2024)는 미디어 하드웨어의 생산과 폐기를 둘러싼 물질성과 노동의 문제를 환기하는 동시에 그것을 가시화하는 방법을 고민한 작품이다. 두 작품을 만든 이은희 작가, 김신재 프로듀서와 함께 전자기기의 생애주기에서 무엇이 보이지 않는지,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상영작

<무색무취> (2024)
전자제품의 핵심 요소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먼지를 비롯한 제반 환경 조건이 통제되는 공간을 의미하는 ‘클린룸’에서 생산된다. 하지만 청결하게 세정 및 소독된 이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종종 건강에 심각하게 유해한 화학물질에 노출되고는 한다. 즉각적인 참사와 달리 화학물질의 축적으로 인한 질병은 외관상 눈에 띄지 않은 채 세대에 걸쳐 느리게 발병한다. 시큼하기도 하고 달큼하기도 했던 냄새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청정하다’는 것은 생산의 안정적 극대화를 의미할 뿐 신체의 안전과는 동떨어진 의미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최첨단 기술 현장의 보이지 않는 독성과 그 위험을 증명하는 것은 오직 클린룸을 드나들며 노동해 온, 물질이 통과하는 몸과 희미한 냄새의 기억뿐이다.
<무색무취>는 반도체 산업 재해 피해자들의 업무 기록과 아카이브 자료를 따라 카메라가 포착할 수 없는 냄새와 물질의 작용을 추적한다. 이를 위해 취약함에 노출된 아시아의 여성 및 이주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는다. 과거에 관한 증언은 현재의 증상에 포개지고 재해는 다른 몸과 장소에서 반복된다. 다국적 기업이 인건비뿐만 아니라 안전성 기준 및 규제 대응 비용을 낮추기 위해 제조 공장을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함에 따라 산업 재해 또한 전 지구적으로 옮겨진다. 미래는 추상적인 숫자가 아니라 구체적인 몸과 물질 사이에 얽힌 무언가가 아닐까? 작업은 첨단 기술 산업이 점점 외주화되는 노동 환경의 위험과 착취의 세계화를 선도하는 가운데, 이에 맞서는 피해자, 활동단체, 노동조합의 연대의 지형을 그려본다.

<머신 돈 다이> (2022)
〈머신 돈 다이>는 디지털 대상과 기계의 관계를 물질성의 차원에서 접근한다. 데이터는 매끄럽게 마감된 디지털 기기를 통해 다채롭게 현상하지만, 그 기반을 이루는 하드웨어는 효용을 다하면 ‘쓰레기’로 취급되어 버려진다. 작업은 전자 폐기물의 처리 및 재활용 산업을 통해 이 물질적 잔여의 흐름을 따라간다. 자연에서 추출되어 전자 기기에 일시적으로 속해 있던 광물, 금속 등은 재생산의 사이클로 다시 흡수되는데, 이러한 디지털 사물의 쇠퇴 과정은 자원 채굴의 역사와 지질학적 시간 속에 포개진다.

대담자

진행 : 백동엽 (영화미디어학센터 보조연구원) 대담 : 이은희(감독), 김신재(프로듀서)

이은희는 기술 환경과 개인, 그리고 이미지 사이의 관계를 관찰하며, 현대 기술의 메커니즘 탐구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다룬다. 베를린예술대학교에서 순수미술 학사와 마이스터슐러 과정을 마쳤으며,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학과 전문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김신재 큐레이터/ 프로듀서는 시각예술이 영화와 교차하는 영역에서 기획과 제작에 동행한다. 《오르트 구름》(아르코미술관, 2025), 《재난과 치유》 위성 프로젝트 〈반향하는 동사들〉(국립현대미술관, 2021) 등의 전시와 네마프 시네미디어 큐레이팅 포럼 《장소의 감각, 물질의 그물》(KT&G상상마당, 2023)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고 다수의 무빙 이미지 및 다학제적 작품 제작에 참여했다.

일정 및 장소

2025년 10월 11일 (토) 오후 16:00 중앙대학교 301관 103호 소극장

신청 안내

참가비 : 무료
하단의 구글폼 링크를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본 행사는 영화 상영이 포함된 행사로 작품은 정시상영됩니다.
상영시작 5분 후에는 입장이 불가능하며, 한 작품의 상영이 끝난 후에만 중도입장이 가능합니다.
(중도입장 예상 시간: 16:00-16:05 | 16:20-16:30 | 17:15-)
상영 장소의 좌석수(65석)에 따라 선착순 마감되는 점 미리 안내 드립니다. 
선착순 좌석의 초과 등록자께는 선예약자의 참석 취소시 대기 순서대로 안내 드리겠습니다. 

지난 플랫폼 행사 다시보기

한국영화로 다시 쓰는 한국영화사:
<코리안 드림: 남아진흥 믹스테이프>와 ‘모던 코리아’

발표: 이태웅(KBS PD), ’35mm 필름조각들로 엿보는 어떤 개발도상국의 무의식’
진행 및 토론: 김명우(중앙대학교 영화영상이론전공 박사과정), 송은지(‘영화미디어학센터 보조연구원)

<코리안 드림: 남아진흥 믹스테이프>(2024)는 영화사 ‘남아진흥’이 1968년부터 1991년까지 제작한 56편의 영화와 KBS 아카이브의 자료화면을 질료로 삼아 편찬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취한다. 영화에서 과거 푸티지들은 몽타주를 통해 재배열됨으로써 동시대 한국의 근대화 이데올로기가 구축되어 온 궤적을 폭로한다. 이로써 아카이브 영상은 역사적 기록을 넘어 현재의 시점에서도 여전히 가독성을 획득한다. ‘한국영화로 다시 쓰는 한국영화사’ 워크숍은 <코리안 드림: 남아진흥 믹스테이프>를 연출한 이태웅 PD의 발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어 토론과 질의를 통해 남아진흥의 영화가 이데올로기적 장치로서 구축한 ‘근대성의 유토피아’를 한국영화사의 맥락에서 살핀 후, 동시대 ‘모던 코리아’ 시리즈의 아카이브적 실천이 생성하는 새로운 벡터들에 관해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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