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학기 중앙대학교 영화미디어학센터 플랫폼
디지털의 몸과 잔여물:
보는 방법에 관한 질문
이은희, 김신재


일정 및 장소
2025년 10월 11일 (토) 오후 16:00
중앙대학교 301관 103호 소극장
소개
디지털 미디어의 압도적인 시각성은 종종 그것을 지탱하는 물질과 노동의 회로를 비가시화한다. 수명을 다한 LCD 모니터와 PCB 기판은 어디로 갈까? 실리콘 웨이퍼를 화학약품에 담그던 노동자는 무엇을 들이마셨을까? 반도체공장의 노후한 생산라인이 자동화공정으로 교체되거나 사라질 때 그곳에 잔존하던 기억과 통증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영상의 표준으로써 디지털 이미징과 하드웨어를 언급하기도 새삼스러운 오늘날, 이러한 질문들은 시청각적 작업의 동시대적 조건을 다시 묻는 것이기도 하다. <Machines Don’t Die>(2022)와 <무색무취>(2025)는 미디어 하드웨어의 생산과 폐기를 둘러싼 물질성과 노동의 문제를 환기하는 동시에 그것을 가시화하는 방법을 고민한 작품이다. 두 작품을 만든 이은희 작가, 김신재 큐레이터와 함께 전자기기의 생애주기에서 무엇이 보이지 않는지,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상영작
<무색무취> (2025)
전자제품의 핵심 요소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먼지를 비롯한 제반 환경 조건이 통제되는 공간을 의미하는 ‘클린룸’에서 생산된다. 하지만 청결하게 세정 및 소독된 이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종종 건강에 심각하게 유해한 화학물질에 노출되고는 한다. 즉각적인 참사와 달리 화학물질의 축적으로 인한 질병은 외관상 눈에 띄지 않은 채 세대에 걸쳐 느리게 발병한다. 시큼하기도 하고 달큼하기도 했던 냄새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청정하다’는 것은 생산의 안정적 극대화를 의미할 뿐 신체의 안전과는 동떨어진 의미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최첨단 기술 현장의 보이지 않는 독성과 그 위험을 증명하는 것은 오직 클린룸을 드나들며 노동해 온, 물질이 통과하는 몸과 희미한 냄새의 기억뿐이다.
<무색무취>는 반도체 산업 재해 피해자들의 업무 기록과 아카이브 자료를 따라 카메라가 포착할 수 없는 냄새와 물질의 작용을 추적한다. 이를 위해 취약함에 노출된 아시아의 여성 및 이주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는다. 과거에 관한 증언은 현재의 증상에 포개지고 재해는 다른 몸과 장소에서 반복된다. 다국적 기업이 인건비뿐만 아니라 안전성 기준 및 규제 대응 비용을 낮추기 위해 제조 공장을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함에 따라 산업 재해 또한 전 지구적으로 옮겨진다. 미래는 추상적인 숫자가 아니라 구체적인 몸과 물질 사이에 얽힌 무언가가 아닐까? 작업은 첨단 기술 산업이 점점 외주화되는 노동 환경의 위험과 착취의 세계화를 선도하는 가운데, 이에 맞서는 피해자, 활동단체, 노동조합의 연대의 지형을 그려본다.
<Machines Don’t Die> (2022)
〈머신 돈 다이〉는 디지털 대상과 기계의 관계를 물질성의 차원에서 접근한다. 데이터는 매끄럽게 마감된 디지털 기기를 통해 다채롭게 현상하지만, 그 기반을 이루는 하드웨어는 효용을 다하면 ‘쓰레기’로 취급되어 버려진다. 작업은 전자 폐기물의 처리 및 재활용 산업을 통해 이 물질적 잔여의 흐름을 따라간다. 자연에서 추출되어 전자 기기에 일시적으로 속해 있던 광물, 금속 등은 재생산의 사이클로 다시 흡수되는데, 이러한 디지털 사물의 쇠퇴 과정은 자원 채굴의 역사와 지질학적 시간 속에 포개진다.
대담자
진행 : 백동엽 (영화미디어학센터 보조연구원) 대담 : 이은희(감독), 김신재(프로듀서/큐레이터)
이은희는 베를린예술대학교에서 순수미술 학사와 마이스터슐러 과정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 전문사 과정을 마쳤다. 기술 환경과 개인, 그리고 이미지 사이의 관계를 관찰하며, 현대 기술의 메커니즘 탐구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다룬다. 베를린예술대학교에서 순수미술 학사와 마이스터슐러 과정을 마쳤으며,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학과 전문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김신재는 시각예술이 영화와 교차하는 영역에서 기획과 제작에 동행한다. 《오르트 구름》(아르코미술관, 2025), 《재난과 치유》 위성 프로젝트 〈반향하는 동사들〉(국립현대미술관, 2021) 등의 전시와 네마프 시네미디어 큐레이팅 포럼 《장소의 감각, 물질의 그물》(KT&G상상마당, 2023)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고 다수의 무빙 이미지 및 다학제적 작품 제작에 참여했다.
